SNS 디톡스 실험, 30일 동안 SNS 없이 살아본 후기와 변화

1. 디지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

처음 SNS 디톡스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무기력함과 집중력 저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무의식적으로 넘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불과 몇 분만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점점 책을 읽거나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졌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보며 이유 없이 비교하거나 자존감이 흔들리는 순간도 많았다. 이 모든 증상이 SNS 과몰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나는 ‘30일 SNS 없이 살아보기’라는 실험을 스스로 제안했다. SNS는 본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 편리함이 과도한 자극이 되어 오히려 우리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알림 한 번에 몰입이 끊기고 의미 없는 피드 탐색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한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틈만 나면 손이 가는 습관성 행동은 디지털 의존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SNS를 자주 확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고 나도 모르게 SNS가 일상의 중심이 되어버린 현실을 깨달았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과 자기 계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SNS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하고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도 로그아웃한 뒤 즐겨찾기를 해제했다. 친구들에게도 실험의 취지를 설명하고 연락은 문자나 이메일로만 받겠다고 공지했다. 처음 3일간은 금단현상에 가까운 불안감이 찾아왔다. 무언가 중요한 소식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불안, 남들이 나 없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 혼자 남겨진 듯한 고립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과정을 참고 지나가니 점점 마음이 차분해지고 디지털 기기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이 생기게 되었다.

 

 

 

2. 시간의 주인이 되다

SNS를 끊자마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시간 감각의 회복이었다. SNS를 사용할 때는 자투리 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피드를 넘기곤 했는데 그것이 단순한 소일거리를 넘어 하루 전체를 흐트러뜨리는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SNS를 하지 않게 되자 갑자기 시간이 엄청나게 많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최소 2~3시간, 많게는 5시간까지도 SNS에 소비되고 있었다. 이 시간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생긴 여유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했다. 그러나 곧 책을 읽기 시작했고 예전부터 미루어뒀던 글쓰기 프로젝트에 다시 착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내 삶의 리듬이 다시 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수면 시간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루틴이 자리 잡았다. 몸도 덜 피곤하고 집중력과 사고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SNS 없이 생활하면서 집중의 정도도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독서나 공부를 해도 몇 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게 되어 흐름이 끊겼다. 그러나 이제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몇 시간이고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할 때는 항상 여러 개의 정보가 동시에 뇌에 들어오며 주의가 산만해지고 사고의 깊이가 얕아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여유가 생기자 단순히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창조적인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이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3. 연결보다 진정한 소통에 집중하다

SNS를 끊는다는 것은 단순히 앱을 지우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 소식을 알지 못해 서운해하거나 중요한 소식을 놓친다고 걱정할까 봐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SNS를 끊은 이후 오히려 더 깊고 진실한 관계가 생겨났다. 단순히 ‘좋아요’나 댓글로 안부를 전하던 관계에서 직접 전화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소통으로 바뀌면서 상호작용의 질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단체 모임이나 이벤트 정보는 대부분 SNS를 통해 공유되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있었고 빠른 반응을 기대하는 사회에서 느린 소통 방식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관계를 선별하게 했다. 꼭 필요한 소통, 진심이 오가는 대화만이 남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인간관계의 피로도는 현저히 줄었다. SNS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과 얕은 관계를 유지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의미 있고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SNS를 하지 않으면서 비교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SNS 속 친구들의 성공, 여행, 다이어트 성공기 등은 때때로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SNS를 하지 않게 되자 타인의 삶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속도와 가치관을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었다. 더 이상 ‘남들은 저렇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큰 해방이었다.

 

 

4. 진짜 나에게 집중하는 삶

30일이라는 시간이 절대 짧지는 않았지만, SNS 없이 살아본 경험은 삶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디지털 세상 속에서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나를 규정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SNS를 하지 않게 되자 나는 다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온라인상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깨달은 것이다. SNS 디톡스 이후 나는 예전처럼 SNS에 완전히 복귀하지 않았다. 실험이 끝난 후 계정을 다시 열어보긴 했지만, 이전처럼 매일 같이 접속하거나 수시로 확인하지 않는다. 특정한 목적이 있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있으며 앱 사용 시간도 하루 15분을 넘지 않도록 설정해 두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SNS에 대한 주체적인 사용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SNS가 나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내가 SNS를 도구로써 활용하고 있다. 이번 30일 디톡스 실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났을 때 비로소 진짜 삶이 보인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 없이, 자극 없이, 비교 없이 살아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불안할 수 있지만, 잠시만 견디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 속에서 더 충만하고 건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서 균형 잡힌 삶을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라이프’의 핵심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