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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이트 차단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수면 개선 실험 후기

1. 블루라이트의 정체와 수면 방해 메커니즘

현대인의 삶은 디지털 기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LED 조명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에서 블루라이트가 방출된다. 이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중에서도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400~500나노미터(nm) 사이의 빛으로 주간에는 우리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야간에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블루라이트에 노출된 피험자 그룹은 따뜻한 색 조명에 노출된 그룹보다 멜라토닌 분비가 평균 2배 이상 억제되었고 수면 시간이 약 3시간가량 지연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블루라이트가 우리의 뇌에 지금은 낮이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특히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LED 조명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문제에 취약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수면 의학센터가 202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취침 전 2시간 동안 블루라이트 차단 조치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그룹은 수면의 질 수치가 현저히 낮았으며 기상 후 피로감을 호소한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블루라이트는 단순한 눈의 피로를 넘어서 뇌의 수면 관련 호르몬 분비와 생체 시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주요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스스로 블루라이트 차단의 실제 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한 달간의 실험을 기획하였다. 단순히 기능을 사용해 보는 것이 아닌, 실제 수면의 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블루라이트 차단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수면 개선 실험 후기

 

 

2.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과 수면 패턴 변화 관찰

실험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었다. 4주간의 기간 동안 첫 2주는 평상시처럼 전자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했고 후반 2주간은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착용하며 스마트폰, 노트북의 야간 모드 기능을 함께 활용했다. 수면 시간, 입면 시간, 수면 중 각성 여부, 기상 후 피로감 등의 데이터를 수면 추적 앱을 통해 정량적으로 기록했다. 실험 전반기에는 매일 밤 12 30분에서 1시 사이 잠자리에 들었고 입면까지 평균 30~40분이 소요되었다. 수면 시간은 7시간 내외였지만, 깊은 수면의 비율은 평균 14~16% 수준에 그쳤다. 특히 전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과도하게 시청한 날은 얕은 수면의 비율이 늘고 중간에 한두 차례 깨어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후반기에는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425nm 필터 렌즈 장착)을 저녁 7시부터 착용하고 스마트폰의 나이트 모드를 자동으로 설정해 화면 색온도를 2,500K 이하로 조정하였다. 또한 TV 시청을 최소화하고 조명을 전구색으로 교체하여 실내 전체의 광원을 낮추었다. 이와 같은 조치를 한 결과, 평균 입면 시간은 15~20분으로 줄었으며 깊은 수면의 비율은 22~25%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수면 중 깨어나는 빈도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블루라이트가 단순히 눈의 피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수면 유도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참고로 2021년 일본 게이오대학교 수면 연구소에서 진행된 유사한 실험에서는 블루라이트 차단 렌즈 착용 군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 평균 17% 더 오래 머문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실험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블루라이트 차단의 효과는 단순한 심리적 요인 그 이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의 심리적 효과와 한계

실험을 통해 확인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심리적 안정 효과였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거나 화면 색온도가 낮아지면 뇌는 자동으로 휴식 모드로 전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조건형성의 일종으로 특정 행동(야간 모드 설정)이 반복되면 뇌는 그것을 하나의 수면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수면 전문가들은 수면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간 모드 설정이나 조명의 변화는 뇌에 수면 시간이라는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수면 의학 전문의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통해 형성되는 습관과 환경이 수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기술이 만능이라는 착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야간 모드로 설정해도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SNS를 계속 스크롤 한다면 멜라토닌 분비는 여전히 억제되고 뇌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필자 역시 실험 중 몇 차례 블루라이트가 줄었다는 안도감에 밤늦게까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오히려 입면 시간이 길어지고 다음 날 피로감이 심해지는 날이 있었다. 또한 기술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는 100% 차단이 아닌, 평균 30~60% 수준에 머무른다. 완전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한 그렇게 되면 화면의 가독성이나 색 왜곡이 심해져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를 수면 환경 조성의 도구로 인식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수면의 질을 높이는 종합적인 접근 방법

이번 블루라이트 차단 실험은 여러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수면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의 중요성도 깨닫게 해주었다. 수면은 단순한 이 아니라, 몸과 뇌가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복합적인 생리작용이다. 따라서 단일 요소만을 통제한다고 해서 전반적인 수면의 질이 완벽하게 개선되기는 어렵다. 우선 수면 위생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취침 및 기상 시간 유지,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시간 조절, 침실 환경의 어둡고 조용하게 유지, 침대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등의 기본 원칙들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아날로그 독서나 명상,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숙면 유도 음악 듣기 등의 이완 요법을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햇빛 노출 역시 중요하다. 낮에 충분한 자연광을 받으면 생체리듬이 안정되고 밤에는 자연스럽게 멜라토닌이 분비되도록 도와준다. 이 점에서 블루라이트 차단은 단순히 밤의 문제만이 아니라 하루 전체의 빛 노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블루라이트 차단은 수면을 개선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며 특히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이 수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는 해결사는 아니며 오히려 수면 환경과 루틴, 디지털 사용 습관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접근 방식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의 실험은 단지 블루라이트 차단의 실효성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더 넓은 시야로 수면의 본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