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탈퇴 후 느낀 심리 변화

1. SNS 탈퇴 초기의 혼란, 공허함과 두려움의 감정

SNS를 탈퇴하고 처음 며칠간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예상외로 자유보다는 혼란이었다. 그동안 습관처럼 켜던 앱들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손이 허전했고 무언가를 놓친 듯한 공허감이 뒤따랐다. SNS는 나도 모르게 하루의 루틴처럼 자리 잡고 있었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동 중, 식사할 때, 심지어 잠들기 직전까지 틈만 나면 피드를 넘기며 타인의 일상을 소비하고 있었다. 탈퇴 후 그런 루틴이 끊기자 뇌는 강한 금단 현상을 겪는 듯했고 그로 인해 혼란과 불안이 몰려왔다. 공허감은 단순히 심심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 즉 'FOMO(Fear Of Missing Out)'가 강하게 밀려들었다. 친구들의 근황을 알 수 없다는 점, 소셜 네트워크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 마치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었고 처음에는 그 단절이 마치 소외처럼 느껴졌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서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정체성과 안정감을 느낀다. SNS는 그런 연결감을 가짜로라도 충족시켜 주던 장치였기에 그것을 끊는 순간, 마치 인간관계 전체가 끊긴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탈퇴 직후에는 불안감이 쉽게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은 나 없이 잘 지내고 있을까?", "내가 없는 걸 눈치채기는 할까?"라는 질문은 어찌 보면 자존감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SNS는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좋아요'나 댓글을 받으며 인정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기능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진짜 나 자신을 타인의 반응 없이 바라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낯설고 고통스럽게 느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되었다.

 

 

 

2. 비교에서 벗어난 삶, 자기 수용의 시작

SNS를 탈퇴한 후 심리적인 가장 큰 변화는 비교로부터의 해방이었다. SNS를 사용할 때는 항상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게 된다. 친구가 외국 여행을 간 사진, 누군가의 화려한 연애, 높은 연봉과 커리어를 자랑하는 글들은 내가 지금 있는 자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으며 때로는 내가 얼마나 뒤처졌는지 자책하게 했다. 하지만 SNS 탈퇴 후 이런 비교의 프레임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남의 근황을 더는 알 수 없게 되자 더는 스스로를 상대적 위치에서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대신 진짜 내 삶의 속도와 방향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 햇살, 여유 있는 커피 한 잔, 산책 중 들리는 새소리 같은 일상 속 순간들이 갑자기 생동감 있게 느껴졌고 그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자기 수용'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더는 내가 누구보다 더 잘나야 한다는 강박 없이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 수용의 태도는 자존감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 SNS 속의 기준으로 나를 재단할 필요가 없게 되자 있는 그대로 나에게 만족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 결과 타인의 인정 없이도 내 삶이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인식이 점점 자리를 잡게 되었다.

 

 

3.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집중력과 감정 조절의 회복

SNS 탈퇴 후 세 번째로 강하게 느껴진 심리 변화는 바로 내면과의 연결이었다. SNS를 사용할 때는 끊임없는 정보와 자극이 밀려들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고 알림이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SNS를 끊고 나서는 외부 자극이 줄어들었고 그 덕분에 내면의 감정, 생각, 불안, 욕구 등을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깊고 강렬했다. 처음에는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불편했다. 마음속에서 미뤄뒀던 고민이나 상처들이 하나둘씩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나의 진짜 감정을 마주하고 회피하지 않고 느끼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감정 조절 능력도 훨씬 향상되었다. 예전에는 자극적인 콘텐츠나 타인의 반응으로 인해 쉽게 기분이 휘둘렸다면 지금은 감정의 원인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집중력도 놀라울 정도로 회복되었다. SNS를 사용할 때는 항상 짧고 빠른 정보에 익숙해져 있어서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읽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SNS를 끊은 후에는 뇌가 점차 깊은 몰입 상태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고 독서, 글쓰기, 사색 같은 활동이 가능해졌다. 하루 중 내가 원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삶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서 삶의 질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4. 진짜 관계의 회복, 인간적인 소통의 기쁨

SNS를 떠나면서 걱정했던 것 중 하나는 인간관계의 단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오히려 더 깊고 진정한 관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SNS에서는 '좋아요' 한 번, 댓글 몇 줄이 관계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전화 한 통, 직접적인 대화, 오프라인 만남이 관계의 중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연락이 뜸해지는 사람도 있었지만, 진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은 SNS가 아니라도 나를 찾아주었고 오히려 그런 관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SNS에서는 관계의 양이 중요했다면 SNS 탈퇴 후에는 질이 중요해졌다.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SNS에서의 피상적인 소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감정이 오가는 대화, 눈을 보며 웃는 얼굴, 공감과 배려가 있는 소통은 인간 본연의 정서적 유대를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되었다. 또한 SNS를 떠나면서 생긴 여유 시간은 가족과의 소통, 오랜 친구와의 재연결, 새로운 사람들과의 진정한 만남으로 채워졌다. 온라인상의 연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에서의 실질적인 인간관계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변화는 내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인간은 결국 연결을 원하지만, 그 연결은 숫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완성된다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진리를 SNS 탈퇴를 통해 체험하게 되었다.